과거를 놓치 못하는 영화 <블루 재스민> 캐릭터에 대한 평가 감상평

영화 <블루 재스민>은 미국의 유명한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작품으로 2013년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재스민 역을 연기했고 샐리 호킨스, 알렉 볼드윈 등이 각각 진저와 할 역을 연기했습니다. 상류층으로 살던 재스민이 하루아침에 망한 뒤의 삶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재스민'이라는 캐릭터의 감정 표현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주인공 재스민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따라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영화 '블루 재스민' 스틸컷

 

엘레강스 재스민에서 블루 재스민으로

재스민은 루이뷔통 여행가방을 가지고 동생이 사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합니다. 뉴욕의 상류층으로 남편 할, 아들 대니와 함께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던 재스민은 남편이 사기혐의로 교도소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목숨까지 버리게 되자,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재스민은 자립할 때까지 동생 진저의 집에 머물기로 합니다. 동생 진저는 전남편 오기 사이에서 낳은 아들 둘을 키우며 새로운 남자 친구 칠리와 교제를 하고 있습니다. 재스민과 진저는 둘 다 입양되어 만난 자매 사이로 재스민과 다르게 진저는 마트 계산원 일을 하며 평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진저는 집에 찾아온 언니를 따뜻하게 맞아주지만 돈 한 푼 없는 상태에서 일등석을 타고 루이뷔통 여행가방을 들고 온 재스민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재스민 역시 동생 진저의 남자 친구 칠리를 루저라고 생각하고, 좁은 집과 동생의 생활 수준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한편 재스민은 자신의 삶이 크게 변화한 것에 대해 우울함을 느끼고 그 충격으로 혼잣말을 하는 등의 신경쇠약 증세를 자주 보입니다. 돈은 벌어야 했기에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동생 지인의 소개로 치과 접수원 일을 하게 되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목표로 공부도 시작합니다. 그러나 곧 치과의사에게 성추행을 당해 일은 그만두게 됩니다. 재스민은 같이 공부하는 친구에게 좋은 남자 없냐고 물어보고 곧 그 친구의 파티에 초대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정치인의 꿈을 가지고 있는 외교관 드와이트를 만나게 됩니다. 재스민은 직업과 과거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하며 드와이트와 만나고 결혼까지 약속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반지를 사러 간 재스민과 드와이트 앞에 오기가 우연히 나타나 재스민에게 돈을 잃었던 과거의 일을 이야기하며 아직도 고통받고 있다는 말과 남편이 잡혀간 후 집을 나간 재스민의 아들 대니의 근황을 전해줍니다.
모든 게 거짓말이었다는 걸 알게 된 드와이트는 재스민과 헤어집니다. 재스민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며 아들을 찾아가지만 아들 역시 그녀를 원망하며 거부합니다.
과거 재스민은 사업가인 할과 결혼하며 하던 공부도 포기하고 할이 전부인 사이에 낳은 아들 대니를 키우면서 경제적으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동생 부부가 로또에 당첨이 되어 뉴욕으로 놀러 오고 당첨금으로 사업을 시작하려는 오기에게 재스민은 할의 사업에 투자하기를 권유합니다. 그리고 뉴욕에 머무르는 동안 진저는 형부가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재스민에게 슬쩍 알려주지만 재스민은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하지만 후에 남편 할이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중 한 여자와는 진지한 사이라며 재스민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재스민은 크게 분노합니다. 그리고 FBI에게 남편을 신고하게 됩니다.
아들과 만나고 돌아온 재스민은 진저와 칠리에게 루저라느니,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는 등 악담을 퍼붓습니다. 그러면서 드와이트와 결혼해 집을 나갈 거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그렇게 집을 나온 재스민은 벤치에 앉아 다시 혼잣말을 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영화 속 재스민의 패션

영화 '블루 재스민'은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살았던 한 여성이 하루아침에 망하게 되자 그 변화된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뉴욕의 상류층으로 살아온 재스민이기에 이 영화 속에는 고가의 명품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첫 장면인 공항에서의 재스민은 명품 트위드 재킷과 진주 목걸이 그리고 명품 백과 스카프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또 영화에 자주 나오는 사람들과의 파티와 모임 장소에서는 명품 옷과 원피스, 시계를 착용했으며 할과 함께 살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장면에서도 역시 명품 가방을 들고 있습니다. 이런 명품들은 재스민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 주는 요소로 영화에 나오는 '우아한 재스민'이라는 말에도 잘 어울리며 재스민을 연기한 케이트 블란쳇을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재킷이나 카디건의 경우, 몇 장면에서 다시 입고 나오는데, 이는 재스민의 현재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그 당시 감독 우디 앨런의 예산으로는 명품 옷들을 대여하기도 힘들었지만 다행히 케이트 블란쳇의 영향력으로 영화 속에 명품들이 등장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동정의 대상 혹은 비난의 대상

이 영화는 재스민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는 편집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의 우울하고 신경쇠약적인 재스민의 모습을 보여준 뒤 바로 과거의 행복하고 풍요로웠던 재스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현재와 과거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재스민이라는 캐릭터가 처한 상황이 더 비극적으로 비치고 바뀐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재스민은 동정의 대상이라기 보단 비난의 대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재스민은 남편 사업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되자 남편을 신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남편의 사업이 뭔가 불법적인 일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현재의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포기할 수 없기에 모른척하고 동생 부부의 복권 당첨금까지 남편에게 투자하게 한 것입니다. 이런 재스민 부부의 모습은 오늘날의 경제사범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고 재스민은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동생 진저와 그녀의 남자 친구인 칠리의 삶이 그녀가 원하는 삶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자립하려 하지 않고 또다시 남자에게 기대서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려고 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지막 장면이 계속 머릿속을 맴돕니다. 벤치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는 재스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스민이 이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행복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