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포 선라이즈>는 1996년에 개봉한 작품으로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줄리 델피가 셀린을, 에단 호크가 제시를 연기했습니다. 이 영화는 오로지 두 주인공의 대화로만 전개됩니다. 두 주인공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어떻게 두 사람의 감정이 연결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빈에서의 하루
파리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탄 셀린은 시끄럽게 하는 승객 때문에 불편해져 자리를 옮깁니다. 옮긴 자리에서 비엔나(빈)로 가고 있는 제시와 처음 만나게 됩니다. 둘은 서로 인사를 하고 대화를 이어가려 하지만 근처 시끄러운 부부 때문에 기차의 식당칸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목적지에 가는 이유, 현재 삶에 대한 이야기 등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 잘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둘의 이야기 꽃이 계속되는 중 제시가 내려야 하는 비엔나에 기차가 도착합니다. 하지만 셀린은 파리로 가지 않고 제시를 따라 내리게 됩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걸으면서 셀린과 제시는 기차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이성적으로 더욱 끌리게 됩니다. 그러다 한 레코드샵에 같이 들어가게 되고, 감상실에서 LP판 음악을 같이 듣다가 서로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셀린이 좋아하는 묘지로 두 사람은 이동해, 이번엔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서로 나눕니다.
시간이 지나 노을이 지고 석양 아래에서 입맞춤을 하게 된 두 사람은 더욱 가까워짐을 느끼며 대화를 계속 이어갑니다. 그리고 한 술집으로 들어가 서로에게 전화를 하는 상황극을 하며 이성적으로 끌리는 속마음을 털어놓게 됩니다.
밤이 되고, 하루를 함께 보내기로 한 셀린과 제시는 공원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하룻밤을 보냅니다.
날이 밝아오는 새벽녘, 두 사람은 비엔나를 또 걸으면서 추억을 만들어가고 셀린의 기차 시간이 다가오자 기차역으로 향하게 됩니다. 서로 헤어지는 게 싫었던 셀린과 제시는 6개월 뒤 이 기차역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셀린은 파리로 그리고 제시는 공항으로 떠나게 됩니다.
비포 선라이즈에 얽힌 배경
비포 선라이즈의 감독은 '리처드 링클레이터'로 영화 '보이후드'를 연출한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제시 역을 맡았던 에단 호크가 출연합니다.)
비포 선라이즈는 실제로 감독이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합니다. 1989년 필라델피아의 한 장난감 가게에서 어떤 여성을 우연히 만났고, 하루 동안 같이 도시를 돌아다녔던 감독의 실제 경험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지요.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여성인 셀린의 입장과 생각들을 잘 표현해줄 여성작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킴 크리잔'이라는 여성 작가와 함께 이 영화의 각본을 마무리지었다고 합니다. 그 후 비포 선라이즈는 많은 영화제 후보에 오르게 되며 1995년 4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게 됩니다.
로맨틱함과 지루함 사이
사람들의 추천으로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되었을 때 솔직히 저는 3분의 1 정도 보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시선을 끌만한 장면의 이동이나 순간적인 몰입을 요하는 내용이 이 영화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계속 잔잔한 흐름을 유지하고 영화 내용 또한 두 사람의 대화가 전부이다 보니 그 당시 저에게 이 영화는 조금 지루한 영화였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다시 비포 선라이즈를 보게 되었을 땐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영화 속 두 사람의 대화와 그 뒤로 보이는 비엔나의 풍경은 이 영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전부가 되었습니다.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셀린과 제시는 기차역에서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 호감을 느꼈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이 더욱 깊어집니다. 어릴 적 꿈에 대한 이야기, 어릴 때 어른들에 대해 가졌던 생각, 그리고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의견까지. 다양한 이야기 소재들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며 잘 통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해가 뜨기 전까지 하루라는 한정된 시간. 처음 만난 상대와의 속 깊은 대화. 그리고 그 뒤에 펼쳐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멋진 분위기까지. 저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여행 중에 사랑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로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명작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지루하다는 평 역시 존재하기에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분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꼭 도전하시길 추천합니다. 이 영화는 직접 봐야만 그 매력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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